마케팅의 디지털화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업 인지도 강화와 고객 발굴을 위한 광고의 디지털화가 먼저 시작되었고 이제는 마케팅 오퍼레이션의 디지털화가 진행 중입니다. 마케팅 자동화 (Marketing Automation) SW가 이를 위한 제품으로 어도비, 오라클, 세일즈포스, 허브스팟을 비롯한 수 백 개 제품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시장 조사 기관인 Mordor intelligence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유럽의 마케팅 자동화 SW 도입률은 50%을 넘었습니다. 영국이 68%, 독일(55%), 프랑스(48%) 순입니다. 미국의 중소기업 61%가 사용 중이라는 세일즈포스 조사 결과도 있네요. 마케팅 자동화 SW 영업에도 여러 가지 마찰력 (고객의 숨겨진 마음)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은 어도비에 인수된 Marketo(마케토)를 영업하면서 경험한 고객의 마찰력을 정리했습니다.
마케팅 자동화 SW
마케팅 자동화 SW는 마케팅 업무의 최적화, 자동화 및 데이터화로 마케팅 효율 향상, 가능성 높은 고객 발굴과 높은 마케팅 ROI를 제공한다는 것이 업체들의 설명이죠. 간단한 예를 보죠, 마케터는 자신이 기획한 이메일 캠페인을 마케팅 자동화 SW에서 바로 만들어 발송하고 결과 (누가 메일을 오픈, 클릭했는지 등)까지 실시간 확인 가능합니다. 대행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비용은 줄어드는 장점을 갖죠. 즉, 마케팅 자동화 SW는 마케터가 기획, 실행하고 결과 분석까지 통합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품이죠. 그리고 이것이 일부 마케터가 SW 도입에 반대하는 영업 마찰력으로 작용합니다.
마케팅 자동화 SW 영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력은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B2B 영업 마찰력에 대해서는 고객은 얼마나 솔직할까? (B2B 영업 마찰력 관점) 포스트를 참고하세요.
마케팅 자동화 SW를 비즈니스 항목으로 결정하기 전에 저는 약 20명의 기업 마케터에게 제품 설명과 데모를 보여주고 도입 필요성과 구매 의사를 파악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90%가 필요하고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대답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제 구매하신 분은 없습니다. 그들이 가진 아래 마찰력을 제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인간 본성 (마케터의)에 의한 마찰력
영업 사원에 의한 마찰력
고객 상황에 의한 마찰력
하나. 인간 본성 (마케터의)에 의한 마찰력
첫 번째 마찰력은 역시 마케터가 가진 본성에 의해 생겨납니다. IT 기술이나 SW에 익숙하지 않은 마케터를 종종 만납니다. 특히, 자신은 마케팅 기획과 관리에 집중하고 기능적 작업은 대행사가 하는 경우에는 이런 경향이 더 큰 것 같습니다. IT 기술과 친하지 않은 마케터는 마케팅 자동화 SW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잘 모르고 경험이 없기 때문이죠. 또 제품 설명과 데모를 보면서 학습에 대한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부정적 감정 - 거의 무의식적으로 -들이 결합되면 마케팅 자동화 SW를 자신의 업무 부담만 늘게 만드는 대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지죠. 마케팅 자동화 SW가 제공할 업무 최적화 및 마케팅 ROI 등 가치는 안 들리고 자신에게 주어질 숙제에 집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을 공식적으로 드러내면 안되는 것도 잘 이해하죠. 이런 상황에 놓인 마케터들이 주로 제시했던 의견들입니다:
"외국 제품이라서 그런지 기능 구성과 흐름이 저희와 맞지 않을 것 같네요"
"UI가 직관적이지 못하고 어려워서 마케팅 업무 효율이 더 떨어질 것 같네요"
"제품이 너무 복잡해서 러닝 커브가 길고 업무 적용에 문제가 많을 것 같습니다"
"이런 제품 없이도 마케팅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자주 쓰는 폰트가 없어서 안 될 것 같은데요"
자신이 일하던 방식을 바꿔야 한다 혹은 지금도 잘 돌아가는 일을 위해 무언가 새로 배워야 한다고 하면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많은 마케터에게 마케팅 자동화 SW가 그렇게 보였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마케터의 이런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죠. 고객이 말하지 않지만 이런 상황을 눈치채면 영업 사원의 대응은 달라지겠죠. 하지만 영업이 눈치채지 못하면 또 다른 마찰력 -영업 사원에 의한 마찰력 -을 만들게 됩니다.
둘. 영업 사원에 의한 마찰력
마케팅 자동화 SW를 소개 받은 마케터가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이면 영업 사원은 고객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문제 해결을 위해 더 깊게 제품으로 파고 듭니다. 같은 내용을 다시 한 번 설명하고 프리젠테이션에서 소개하지 못한 기능들을 끄집어 내어 설명하고 데모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회적으로 고객의 무지함을 탓하기도 합니다. "제품을 처음 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처음에는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아주 잘 쓰고 있다", "UI가 복잡하다고 하셨는데 경쟁사와 비교하면 가장 쉽다“ 또는 "몇 번만 사용해 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같은 설명을 덧붙입니다. 이런 상황이 조금 더 지속되면 고객은 입을 다물어 버리고 영업은 고객이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미팅을 마무리합니다.
미팅 후에 고객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제품을 더 알아보고 싶거나 영업 사원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은 크지 않을 겁니다. 대신 마케팅 자동화 SW로 인해 자신에게 생길 부정적 변화 - 생소한 마케팅 SW 학습에 대한 부담, 신규 사용에 따른 시행 착오와 따른 업무 증가 등 -에 대해서는 더욱 확신하게 됩니다.
반대로 영업 사원은 고객이 마케팅 SW의 가치를 이해했다고 믿고 다음 단계를 밀어 부칩니다. "파일럿 프로젝트를 해보자", "임원 대상의 발표 자리를 갖자!" 등이죠. 물론 고객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거부하죠. 이런 밀당이 몇 번 이어지면 고객은 영업 사원을 "우리 상황에 대한 이해없이 그냥 제품만 팔려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고, 이어서 영업 사원이 소개한 제품까지 부정적으로 인식하죠. 이것을 영업 심리학에서는 'Horn effect'라고 합니다. 이 고객에게는 무언가 파는 것이 진짜 어렵습니다. 자신이 제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도입에 따른 장단점까지 잘 안다고 믿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실제로 그런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업 사원과의 인터렉션에서 가진 부정적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이런 믿음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셋. 고객 상황 (마케터의)에 의한 마찰력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저는 마케팅 자동화 SW를 사업 항목으로 결정하기 전에 여러 마케터의 의견을 구했습니다. 그 분들에게 하나도 팔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만나서 그 이유를 들어보았죠.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한 사람의 소비자로써 제품 필요성과 가치를 판단하는 것과 회사 직원으로써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내 위의 임원이나 관리자를 설득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더라"
"연간 사용료가 수 천 만원인데 타당한 이유를 만들고, ROI 확보하는 것이 힘들어 보이더라"
"이런 고비용 제품을 도입해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 그 책임을 내가 져야 한다"
"나는 기술을 모르는데 내가 직접 SW를 다루고 관리해야 한다고 하는 부담이 크더라"
"현재는 에이전시를 통해 기능적 업무를 처리하는데 마케팅 SW를 도입하면 업무 프로세스와 인력 구성 등을 변경해야 하는데,,,,상당한 부담이 된다"
"마케터가 기획과 관리 업무뿐 아니라 실행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에 다른 팀원들이 난색을 표한다"
마케팅 자동화 SW 도입을 추진하지 못한 이유는 - 제품 도입을 주도했을 때 자신에게 생길 위험, 기존 업무 방식(기업 문화)과의 갭, 투자 가치 확보 불확실성 그리고 의사결정권자 및 동료 설득 어려움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내용을 그 때도 알았다면 저의 영업 방식이 달라졌을까요?
내용은 달라도 여러분의 고객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을 겁니다. 고객의 갈등을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고객의 신뢰를 얻고 영업 기회를 클로징할 가능성을 높여주지 않을까요? 다음 포스트에서는 마케팅 자동화 SW 영업의 실패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가망고객 & 영업기회 발굴 극대화를 위한 B2B 영업 전략과 실행 모델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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